몬트리올 여행(1) – 낭만과 현실 사이, 몬트리올 당일치기

캐나다 속의 작은 프랑스를 걷다

이 글은 워킹홀리데이 기간 중 2022년 11월 10일에 작성된 여행 일기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밤 12시 30분, 몬트리올행 야간 버스에 몸을 실었다. 눈을 뜨니 새벽 6시 30분.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고작 2시간 쪽잠을 잔 게 전부라 시작부터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낯선 도시의 새벽 공기는 늘 그렇듯 정신을 묘하게 깨웠다.

이번 여행은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가이드를 해주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커피 한 잔으로 카페인을 수혈하며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몬트리올은 도시 전체가 ‘봉주르(Bonjour)’와 ‘메르시(Merci)’로 가득 차 있었다. 영어 사용이 가능하지만 프랑스어가 훨씬 편안하게 들리는 곳. 정류장 안내판이며 거리의 표지판까지 프랑스어가 주인 행세를 하는 이곳은 캐나다라기보다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 불시착한 느낌을 주었다.

흐린 날의 몽로얄과 웅장한 성 요셉

첫 목적지는 몽로얄(Mount Royal) 전망대였다. 20분 남짓 언덕과 계단을 오르면 닿는 곳인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수기라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날씨마저 흐려 몬트리올의 전경이 쨍하게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숨을 헐떡이며 운동을 해서 그런지 정신이 조금씩 맑아졌다. 친구와 옛날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흐린 풍경도 제법 운치 있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성 요셉 대성당. 컨디션 난조로 커피를 들이킨 탓에 화장실이 급해 마음이 조급했다. 정문에서 성당까지 셔틀버스가 있다는데, 배차 간격도 제멋대로고 자주 오지도 않아 놓칠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성당은 기대 이상이었다. 나는 불자이지만, 종교를 떠나 압도적인 건축물이 주는 성스러운 힘이 있었다. 그 웅장함과 신비로움에 잠시 피로를 잊고 주변을 걸었다.

자유로운 맥길, 그리고 몬트리올의 떡볶이 ‘푸틴’

친구가 다니는 맥길 대학(McGill University) 캠퍼스도 둘러봤다. 꽤 유명한 학교라 그런지 캠퍼스 곳곳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자유로움이 인상적이었다. 잔디밭에 앉아 토론하고 대화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한국 대학과는 사뭇 다른 공기를 느꼈다. 이런 학습이 아닌 스터디하는 모습이 조금은 부러웠다.

점심은 몬트리올의 소울 푸드라는 ‘푸틴’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20분 정도 졸았을 만큼 피곤했지만, 다들 “몬트리올 푸틴은 다르다”고 하니 기대가 컸다. 현지인들에게는 한국의 떡볶이 같은 존재라는데, 내 ‘막입’으로는 패스트푸드점 푸틴과 천지개벽할 정도의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물론 더 맛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본토에서 먹어봤다’는 경험 자체에 점수를 주고 싶다.

올드 몬트리올과 노트르담의 빛

오후에는 올드 몬트리올로 향했다. 프랑스 문화의 흔적이 가장 짙게 배어있는 이곳은 건축 양식부터 현대적인 도심과는 확연히 달랐다. 잘 보존된 옛 건물들이 주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아직 유럽을 가보진 않았지만, 거리를 걷는 내내 ‘아, 이게 바로 유럽 감성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와 헤어질 때쯤에야 야속하게도 날이 개기 시작했다. 도미토리에서 잠시 충전한 뒤, 마지막 일정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로라 쇼(Aura Show)’를 보러 갔다. 입장료가 2만 원 정도로 꽤 비싼 데다, 예정 시간보다 20분이나 늦게 시작하는 ‘유럽식 시간 관념(?)’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불만은 사라졌다.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쇼는 성스러움을 넘어 삶과 죽음,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만들 만큼 감동적이었다. 성당 내부의 웅장함과 영상미가 합쳐져 몰입감이 대단했다.

여행을 마치며

몬트리올은 유럽의 낭만과 북미의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 두 문화가 섞여 만들어낸 독특한 분위기는 몬트리올만의 강력한 정체성이 되어 있었다. 언어와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도시 안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 덕분인지, 서툰 영어로 여행하는 나조차도 주눅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낯선 곳에서의 고단함마저 즐기는 게 배낭여행의 묘미 아닐까. 피로 속에서도 견문을 넓히고 좋은 경험 하나를 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인 하루였다.

— Gra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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