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 여행(1) – 캘거리와 밴프, 그리고 온천

이 글은 2022-10-25에 작성되었습니다.

출발 시간이 6시 30분인 비행기를 타기 위해 3시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일어났다기보다는 밤을 새웠다는 표현이 맞겠다. 어제 새벽까지 이야기를 했고 침대에서 눈을 붙인 건 고작 1시간 남짓이었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4시간 내내 기절해서 자야지’라는 생각뿐이었지만, 몸에 쌓인 피로 때문에 공항으로 가는 내내 걱정이 앞섰다.

흑인 형님, 고맙습니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잠들 작정이었다. 무조건 해야 했다. 만약 기내에서 체력을 보충하지 못한다면 오늘 여행은 망칠 게 뻔했으니까.

출발 직전까지 내 옆자리가 비어있어 ‘편하게 누워 갈 수 있겠구나’ 기대했는데, 마지막 순간 건장한 흑인 형님 한 분이 탑승했다. 심지어 자리를 좀 바꿔달라는 요청까지 하셔서, 넓게 가려던 내 야심 찬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처음엔 좀 아쉬웠지만, 피곤함이 짜증을 이겼다. 자리에 앉자마자 소망대로 4시간 동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도착 후 정신없이 비행기에서 내리려던 찰나, 아까 그 형님이 나를 다급히 불렀다. “Hey, you left your bag!” 잠결에 짐을 놓고 내릴 뻔한 걸 그 형님이 챙겨주신 것이다.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할 땐 속으로 투덜거렸는데, 이렇게 큰 도움을 받다니. 인연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뜻밖의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감사합니다!)

캘거리 도착

캘거리 공항에 도착하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10월 말에 눈이라니. 토론토보다 확실히 북쪽이라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Holiday Autos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으러 ‘Holiday Autos’ 부스로 향했다. 예산을 아끼려 업그레이드는 포기하고 운전자 추가만 하려 했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예약할 땐 분명 ‘Young Renter Fee(만 25세 미만 추가 요금)’가 면제라고 안내받았는데, 현장에서는 60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객센터에 연락해도 “시스템 오류다”, “픽업 시간이 지나 환불 불가다”라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운전자 추가는 포기하고, Young Renter 요금까지 다 내서 총 32만 원이나 결제했다. (앞으로 이 업체는 절대 다시 안 쓴다. )

밴프로의 여정

차를 받고 밴프(Banff)로 향했다.

밴프는 로키산맥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피곤할 법도 한데, 운전하는 내내 펼쳐지는 대자연의 풍경에 잠이 달아났다. 눈 덮인 산과 도로 위를 지나는 야생동물들을 보니 내가 진짜 캐나다에 있구나 싶었다.

캔모어의 만남

달리다 보니 끼니 때를 놓쳐 캔모어(Canmore)라는 마을로 차를 돌렸다. 급하게 구글맵 평점이 좋은 피자집을 찾아 들어갔다.

Rocky Mountain Flatbread Co. 위치 확인하기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한국어가 들렸다. 타지에서 한국인이 많은 식당은 뭐다? 검증된 맛집이다. 화덕 피자 맛은 정말 일품이었고, 음료도 무한 리필이라 만족스러웠다. 두명에서 스몰 사이즈 1인 1판씩 하니 딱 좋았다.

스코틀랜드풍 건물들과 웅장한 산맥을 바라보며 먹는 피자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밴프 국립공원 탐방

배를 채우고 다시 밴프로 진입했다.

국립공원 입장료(1일 약 19.6불)를 내고 3일 패스권을 끊어 차 유리에 붙였다.

밴프 시내를 걷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였다.

Bow River Trail 위치 확인하기

온천의 여유

Banff Upper Hot Springs 위치 확인하기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밴프 필수 코스인 온천으로 향했다.

수영복과 수건은 대여가 가능해서 빈손으로 가도 문제없었다.

평소에 온천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차가운 공기와 눈발이 날리는 야외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멍하니 자연을 바라보며 앉아 있으니 여행의 피로와 잡념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은 한식

한국을 떠난 지 겨우 3주 됐는데, 한식이 너무 당겼다. 관광지라 가격은 사악했지만, 김치찌개 한 숟가락에 향수병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한국어로 편하게 주문하고 소통하니 너무 반가웠다.(놀랍게도, 미래의 내가 이곳에서 일하게 될 줄은 이때는 꿈에도 몰랐다.)

숙소로 돌아오니 다시 피로가 몰려온다. 오늘은 정말 푹 자야겠다. 다사다난했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우연한 만남들이 가득했던 벤프에서의 첫날. 이 기억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이미 충분히 값졌다.

— Gra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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