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10-27에 작성되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던 10월 말, 밴프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명소 세 곳을 둘러봤다. 협곡의 상쾌함, 호수의 우아함, 그리고 온천 동굴의 신비로움까지. 사흘간의 여정은 평소 느끼지 못했던 밴프의 다채로운 표정을 보여주었다.
곰 대신 다람쥐, 존스턴 협곡 (Johnston Canyon)
첫날 아침,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존스턴 협곡 산책로를 걸었다.

사실 이곳은 늑대와 곰이 서식하는 지역이라 “혹시나 마주치면 어떡하지?” 하는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출발했다. 하지만 10월 말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나를 반겨준 건 곰이 아니라 귀여운 다람쥐 한 마리뿐이었다.

걷기 좋은 평탄한 길 곳곳에 낮은 폭포가 여러 개 자리하고 있어, 가볍게 멈춰 서서 물소리를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상쾌하게 열 수 있었다.
뷰가 다 했다, 레이크 루이스 (Lake Louise)

둘째 날은 밴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닿았다.
호수를 보자마자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선율 ‘Lake Louise’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평소보다 더 선명하고 반짝거렸고, 그 뒤로 펼쳐진 설산은 그저 감탄만 나왔다.


큰맘 먹고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 창가 자리에 앉아 디저트를 먹었다. 솔직한 평을 남기자면, 디저트 맛의 80%는 창밖 풍경이 만들어준 것 같다. 이 뷰를 보며 먹는데 뭔들 맛없을까.

뜻밖의 무료입장, 케이브 앤 베이슨 (Cave and Basin)
마지막 코스는 케이브 앤 베이슨 국립유적지(Cave and Basin National Historic Site)에 들렀다.
박물관은 5시에 닫지만, 4시 45분 이후에는 동굴만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어떻게 알았냐고? 사실 알고싶지 않았다. 근데 5시인 줄 모르고 도착했더니 곧 닫는다고 해서 알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

굴 깊숙이 들어서자 유황 특유의 달걀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부는 몇 분 만에 휙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연 온천을 즐겼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짧은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동굴 틈으로 들어온 햇살이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여행을 마치며
짧은 관람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비치는 햇살이 동굴 내부를 부드럽게 밝혀주며 자연의 또 다른 면모를 선물했다.
협곡의 숲길, 우아한 호수, 그리고 쿰쿰한 냄새가 매력적인 유황 동굴까지. 비슷비슷한 풍경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장소들을 거닐다 보니 여행이 훨씬 풍요롭게 느껴졌다.


예상치 못한 작은 생명체와의 만남, 음악이 들리는 듯한 호수 풍경, 우연히 마주친 행운들까지. 짧은 일정이었지만 밴프가 주는 감각적인 경험을 꽉 채워 담아온 시간이었다.
— Grays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