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 여행(3) – 협곡·호수·동굴

이 글은 2023-10-30에 작성되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던 10월 말,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의 세 명소를 차례로 거닐었다. 조용한 협곡 산책과 호수의 잔잔함, 그리고 유황 온천의 신비로움이 맞물린 사흘간의 여정은 평소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었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는 첫날, 존스턴 협곡(Johnston Canyon)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울프와 곰이 서식하는 길이라고 하지만, 10월 말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는 다람쥐 한 마리만 만났다.

걷기 좋은 평탄한 길 곳곳에 낮은 폭포가 여러 개 자리하고 있어, 가볍게 멈춰 서서 물소리를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가만히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상쾌하게 열 수 있었다.

둘째 날, 밴프의 메인이라 불리는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에 닿았다.

‘Lake Louise’를 배경으로 한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선율이 귓가에 맴돌고, 호수 너머로 펼쳐진 설산이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차가운 공기에도 호수 위 잔잔한 물결은 한층 더 선명하게 반짝였다.

페어몬트 샤토 루이스 호수 호텔 창가에 앉아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시켰지만, 음식 자체의 맛보다 80%는 창밖 풍경이 만들어냈다. 디저트와 커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지막으로 케이브 앤 베이슨 국립유적지(Cave and Basin National Historic Site)에 들렀다.

박물관은 5시에 닫지만, 4시 45분 이후에는 동굴만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어떻게 알았냐고? 사실 알고싶지 않았다. 근데 5시인 줄 모르고 도착했더니 곧 닫는다고 해서 알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

굴 깊숙이 들어서자 유황 특유의 강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몇 분 만에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했지만, 옛날 사람들이 즐겼다는 자연 온천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짧은 관람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비치는 햇살이 동굴 내부를 부드럽게 밝혀주며 자연의 또 다른 면모를 선물했다.

세 곳을 이어 걸으며, 균일하지 않은 자연의 표정이 오히려 여행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상치 못한 작은 생명, 음악이 어우러진 광경, 그리고 고요한 유황 동굴까지.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 여행의 기억을 다채롭게 채웠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단순히 유명 명소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자연이 던지는 감각적 경험을 고스란히 기록할 수 있었다.

— Gra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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