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워홀 일상 | 일을 시작하고 처음 맞은 주말

2022-11-26 ~ 11-27 | 토론토 | 피시방과 맥주, 도서관 카드, 그리고 이사까지

이 글은 2022-11-26부터 11-27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풀타임으로 일을 시작하고 토론토에서 처음 맞은 주말이다. 쉬기만 해도 모자랄 이틀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꽤 알찼다.

토요일, 대니형과의 약속

일을 시작하고 처음 얻은 휴일에는 대니형과 약속을 잡았다. 지난 핼러윈 때 처음 만나 연락을 이어온 형인데, 캐나다에 자리 잡은 지 오래라 캐나다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고마운 존재다.

웨슬리(Wellesley)역 근처에서 만나 저녁으로 도미노 피자를 먹었다. M 사이즈를 시켰는데 둘이서 먹고도 반이나 남겼다. 여기 사람들은 이걸 혼자 한 판을 다 먹는다는데, 느끼한데도 말이다. 게다가 BBQ 소스로 주문했더니 짠맛이 엄청 강했다. 도미노 BBQ 소스는 피하는 걸 추천한다.

둘이서도 다 못 먹은 도미노 피자 M 사이즈

밥을 먹고 근처 피시방으로 향했다. 영 스트리트에 있는 E-Blue e스포츠 스타디움이라는 중국식 피시방인데, 분위기는 한국 피시방과 비슷하고 한쪽에는 마작하는 공간도 있다. 이후로도 자주 가게 된 단골집이다. 6시간을 충전해서 형과 롤과 배그를 했다. 롤 실력은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다.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10시. 그래도 주말인데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서, 바쁜 형을 붙잡고 근처 한인 주점 이화(Ehwa)로 갔다. 피처 하나에 안주를 시켜놓고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한참을 떠들었다. 형은 내 고민에 조언해주고, 캐나다 생활 전반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성향도,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것도 닮아서 대화가 잘 통했다. 캐나다에 와서 처음 사귄 사람인데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라니, 운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음 날 옮길 짐을 정리하고 잠들었다.

일요일, 지옥의 바퀴

일요일의 큰 일정은 이사였다. 지난주에 애글린턴 쪽 새집을 계약했는데, 평일에는 퇴근하고 짐을 쌀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필수적인 짐만 남기고 주말에 미리 옮겨두기로 했다.

다만 그 전에 들를 곳이 있었다. 지난주 회사에서 추천받은 영어 공부법이 유아용 책 읽기였는데, 마침 일요일에도 5시까지 여는 도서관이 있었다. 오늘이 아니면 도서관 카드를 만들 기회가 또 일주일 뒤라 아침부터 서둘러 나섰다.

토론토 공공도서관(TPL) 카드는 여권과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니 금방 만들어줬다. 빠르게 책장을 훑으며 가장 쉬워 보이는, 정말 유아틱한 책 두 권을 빌려 나왔다. 조금 읽어보니 유아용 책인데도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 그래도 술술 읽히니 재미가 있어서, 잘하면 습관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후에는 두 시간쯤 짐을 정리한 뒤, 필수 짐을 뺀 나머지를 이민 가방에 채워 TTC에 올랐다. 역에서 새집까지는 꽤 걸어야 했는데, 하필 이민 가방 바퀴가 말을 듣지 않았다. 끌고 가는 내내 고생을 잔뜩 했고, 도착할 때쯤엔 바퀴가 완전히 망가져서 이제 팔 수도 없게 됐다. 토론토에서 쓸만한 캐리어를 하나 사야 할 듯하다.

TTC에 실은 이삿짐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새집에 내려놓고 기존 집으로 돌아오니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남은 일정은 출근 준비. 출근 준비라고 해봤자 잘 쉬는 것이다. 라면을 간단히 끓여 먹고 휴식을 취했다.

이사를 마치고 끓여 먹은 짜장라면

쉬면서 TTC 월간 패스도 알아봤다. 학생 카드는 온타리오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만들 수 있어서 워홀러인 나는 해당이 없었다. 월간 패스는 152불. 싸지 않지만 매일 출퇴근하는 입장에서는 이득이라 이번 주 중으로 살 예정이다. 참고로 월간 패스는 1일부터 말일까지가 기준이라, 시작 8일 전부터 구매할 수 있다. 회사를 다녀보니 교통비가 정말 만만치 않다.

첫 주말을 보내고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한다는 걸 바퀴 빠진 이민 가방과 함께 온몸으로 배운 주말이었다. 슬슬 월급이 들어올 테니, 잘 묶어서 관리해보자.

유아용 책을 빌리는 건 조금 머쓱했지만, 6개월 뒤에도 못 읽는 것보다는 지금 읽는 게 덜 쪽팔리다. 캐나다 생활 두 달 차, 돈 걱정과 영어 걱정이 같이 오는 시기다. 이렇게 조금씩 움직이고 배우다 보면 다 밑바탕이 되겠지.

— Grayson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