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핼러윈 후기 | 처음으로 핼러윈을 즐긴 3일의 기록

2022-10-29 ~ 10-31 | 토론토 | 파티펍, 해장 감자탕, 그리고 레벨 클럽까지

이 글은 2022-10-29부터 10-31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토론토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맞이한 핼러윈 주간이다. 캐나다 핼러윈은 한 번뿐이니 제대로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직접 사람을 모아 3일 내내 돌아다녔다. 코스튬과 파티펍, 해장 감자탕, 그리고 토론토에서 가장 큰 클럽 레벨(Rebel)까지.

핼러윈 전야, 사람들을 모으다

캐나다에서 핼러윈은 한 번뿐이다. 제대로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아침부터 준비에 나섰는데, 문제는 티켓이었다. 주변 클럽 티켓이 전부 매진이라, 그나마 몇 장 남았다는 토이박스라는 클럽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같이 갈 사람도 필요했다. 이미 모인 그룹에 들어가려 했는데 마땅치 않아서, 결국 내가 직접 사람들을 모았다. 모아보니 총 7명이 되었다.

토이박스에 가서 티켓을 물으니 코스튬이 필수라고 했다. 그 길로 근처 코스튬 샵에 가서 다 같이 분장을 했다.

분장을 하고 지하철에 타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유령이든 캐릭터든 다들 당당하게 코스튬을 하고 돌아다녀서, 오히려 안 한 사람이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이 분위기가 참 좋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정작 분장을 마치고 돌아간 토이박스에는 암표상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먼저 모인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가, 근처 파티펍으로 자리를 옮겼다. 토론토는 새벽 2시까지만 술을 팔기 때문에 2시까지 신나게 놀았다. 다들 조금씩은 코스튬을 하고 있다는 점만 빼면 한국 파티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캐나다에 살고 있다는 공통점 덕분에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2시에 술집이 문을 닫고는 다 같이 정처 없이 걸었다. 어쩌다 보니 남자 무리, 여자 무리로 나뉘었는데 남자 무리라고 해봤자 나와 대니형 둘뿐이었다. 이날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영주권까지 가진 분이라, 조심스럽게 캐나다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귀찮아하시는 건 아닌가 걱정했지만, 이것도 인연 아닌가.

살면서 처음 즐겨본 핼러윈이었다. 더 열심히 코스튬을 하고 싶었지만 가격도 가격이고 준비가 미흡했다. 처음이 다 그렇지 뭐. 당일에는 더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해장은 감자탕

다음 날은 전날의 여파로 속이 좋지 않았다. 이런 날은 국물 있는 한식이 제격이다. 마침 애글린턴 쪽에서 집 뷰잉이 있어서, 가는 길에 셰퍼드-영에 있는 마포 감자탕으로 향했다.

가격은 15불 정도로 한국과 비슷한데 양은 훨씬 많았다. 현금으로 내면 10% 할인도 된다. 반찬은 무한리필인데 하필 내 최애인 어묵볶음이 나왔다. 어떻게 알고.

계산할 때 작은 사건이 있었다. 총 34불이 나와서 팁 18%를 얹어 40불을 낸다는 게, 지폐를 착각해 60불을 내고 나온 것이다. 점원이 급하게 뛰어나와 돈을 너무 많이 주신 것 같다고 했다. 밥값보다 팁을 더 낼 뻔했다. 점원이 10불을 돌려주길래 20불짜리로 바꿔 받아 나왔다. 내가 다시 이 감자탕집에 갈 수 있을까. 점원의 정직함 덕분에 지갑을 지킨 해프닝이었다.

승률 80%의 PLINKO 복권

돌려받은 돈 중 10불은 복권에 투자했다. PLINKO라는 복권인데, 다른 복권은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지만 이건 다섯 번 사서 네 번 당첨됐다. 승률 80%. 이날도 5불이 당첨됐다. 물론 20불이면 한국 돈 2만 원이다. 현금은 조금 더 조심해서 써야겠다.

핼러윈 당일, 토론토 최대 클럽 레벨

핼러윈 당일, 분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집에서 미리 술을 한잔하고 나온 터라 아쉬울 건 없었다.

핼러윈 당일의 분장

레벨(Rebel)은 토론토에서 가장 큰 클럽으로, 분위기는 한국 클럽과 가장 비슷하다. 티켓이 있었는데도 줄이 길어 30분을 기다려 입장했다. 참고로 토론토 클럽은 보통 금·토만 문을 열고, 핼러윈 같은 날은 티켓이 없으면 입장 자체가 어렵다.

붉은 조명으로 가득한 레벨 내부

입장하자마자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랜만의 클럽이라 친구들과 합류하자마자 술부터 마셨다. 중간에 일행 한 명이 소매치기를 당해 카드와 현금 50불을 잃었지만, 다행히 지갑은 바로 찾아서 분실신고를 마치고 다시 놀기 시작했다. 클럽에서는 정말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온갖 인종이 온갖 코스튬을 하고 모여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코스튬 멋있다”, “좋은 핼러윈 보내라”며 인사를 주고받는 문화가 참 멋있었다. 나도 신나게 뛰어놀고 마시다 보니 3시, 클럽이 문을 닫았다.

밖으로 나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걸었다. 처음 보는 친구들인데도 말이 잘 통해서 시간이 빨리 갔다. 4시 반쯤 집에 도착했고, 친구들과는 다음을 기약했다.

핼러윈을 보내고

처음 즐겨본 핼러윈은 축제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파티였다. 클럽에 모여 춤추고 노는 사이 핼러윈의 원래 뜻은 희미해진 지 오래라는데, 그 말에 동감하면서도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당당하게 즐기는 분위기만큼은 부러웠다.

3일 내내 한국 사람들과 놀았다. 즐거웠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결국 말이 통했기 때문이다. 친구가 되는 데 필요한 건 대단한 게 아니라 평범한 의사소통이라는 것. 뒤집어 보면 영어만 평범하게 해도 여기서 얼마든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라,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인과 거리를 두고 영어에 집중하겠다는 다짐은 여전하지만, 놀고 싶은 날 하루쯤은 이런 날도 괜찮지.

— Gra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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